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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풍경>

 

민경 작가 노트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재는 인간과 관계된 한시적인 공간, 장소이다. 이는 개인적인 장소 즉, 사적공간뿐 아니라, 공적 공간, 혹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어진 장소 역시 포함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집'이란 지붕과 벽으로 이루어진 네모난 공간 이상의 것, 길과 골목, 마을, 지역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막연한 풍경' 시리즈의 출발은 오랜 친구가 내게 건냈던 대화로부터 출발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관계들과 거주했던 지역을 떠나 외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친구는 내가 보고 싶어 나의 집을 찾았다고 했다. 그렇게 옛친구들도 기억하는 나의 본향집은 이미 재개발로 인해 집터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골목은 사라졌으며, 동네의 인상 역시 완전히 바뀌어 미묘한 상실감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현재 9년째 정착하여 살고 있는 인천 서구의 끝자락에서도 대규모의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친구가 말했던 '상실감'의 풍경을 이곳에서 나와 내 아이들과 목도하는 중이다. 인천 토박이였던 이들의 90년대 주택단지, 서울에서 외곽으로 밀려나온 작은 공장들, 아이들의 나들이길이였던 오래된 숲, 7개의 산중 4개의 산들이 사라지고 지평선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해질 무렵, 가림벽 너머로, 산이였던 낮아진 붉은 언덕이 마치 단면화된 인상주의 그림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렇게 작년부터 진행되었던 개발의 풍경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막연한 풍경이 되어간다.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는 장소가 시시각각 바뀌며 풍경의 '한시성'이 체득되어진다.

일차의 작업은 일년동안 관조가운데 풍경을 기록하고, 때로는 기록없이 가보기를 반복하였다. 기록한 풍경을 토대로 개인적 반향을 작은 산/섬 모양의 오브제와 그 장소에서 발견한 빈 공가, 창고의 이미지로 사진 미니어처로 제작하였다. 이차의 작업은 개발지역으로 묶인 숲, 이미 개발이 진행되어 출입금지가 된 곳, 아직 진행되지 않은 길가 등에서 만든 오브제를 놓고 촬영하는 방식으로서 진행되는데, 되도록 인적이 드문 시간,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때, 모호한 지점의 날씨,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는 빛의 상태를 고려해 촬영은 이루어진다.

형식적으로는 변화하는 풍경에 오브제를 놓고 개입하는 방식으로, 내적으로는 은밀하고 고요한 방법, 거기-있음에 집중하며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명명한 '막연한 풍경'이 무엇도 되지 않은 상태의 풍경, 풍경 그 자체의 풍경을 보여주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어디에나 있는 익명의 '모호한' 풍경이 되길 원치 않는 작가적 개입이 발생한다. 전시는 채집된 풍경의 이미지들과 오브제와 붉은 흙, 사진으로 이루어진 가변크기의 설치작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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