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밤에 무엇이 많은가>

 

 

작업은 아이와 내가 동시에 나쁜 꿈을 꾼 밤으로부터 출발한다. 깊고 깊은 밤 나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꿈을 꿨다. 기묘하고 불안한 꿈이었다. 꿈에서 깬 후, 꿈이 말하고 있는 것을 헤아리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였다. 내 옆에서 잠들었던 아이 역시 악몽 가운데 흐느끼고 있었다. 아이와 나에게 동시에 드리운 나쁜 꿈의 그림자는 크고 깊었다. 아이를 달래려, 아니 실은 나 자신을 위로하려 천사를 소환하는 기도를 하였다. 어둠이 지배하는 깊은 밤, 그 무엇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길고 거대한 날개를 가진 대천사를 부르며 아늑한 잠자리를 지켰다.

이 전시를 꾸리며 세 명의 여성 작가와 20년 전 출판된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을 함께 보았다. 이 책은 신화, 전설, 동화에 담긴 의미를 (무의식의 상징언어를 분석하는) 융의 원형 심리학과 여성 지향적 관점에서 해석해내고 있다. 이 독특한 책을 매개로 그녀들과 봄부터 만났다. 어떤 날은 잠식한 전염병에도 조심스레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다른 날은 노트북 스크린을 통해 마주했다. 책을 디딤돌 삼아 가부장제, 여성성, 여성 신체, 미투 운동, 여성의 섹스, 가족 관계 내 역할 문제 등, 여성으로 살아가며 만나는 포괄적인 이야기들을 사적이고 은밀한 수위로 나누었다. 정답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해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덩어리처럼 보이던 그것들을 알알이 헤쳐 해석하고 이해하려 애를 썼다. 그러다 모임 말미에 아이와 내가 겪었던 그 밤의 악몽이 생각이 났다. 상징언어의 거울로 비춰보니, 꿈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나였으며 불안에 잠식당하는 것도, 불안을 종식하는 것도 결국은 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 ‘당신의 밤에 무엇이 많은가’는 나쁜 꿈을 형상화한다. ‘나’를 주어로 기술된 이야기 네 편과 사진 네 점이 하나의 작업이다. 사진 속 인물 탈 형태의 오브제를 쓰고 네 개의 얼굴을 보여준다. 얼굴을 감추고 있지만, 사실은 또 다른 자신의 내면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서로 이어지는 꿈 이야기는 책 형태로 묶였다. 글과 이미지는 다른 속도로 읽히게 될 것이지만 모두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불행을 길어내어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는 한 여성을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기보다 자신의 다양한 얼굴을 스스로 끄집어내고 내면에 숨겨진 ‘wild woman’을 발견하는 여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