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삶의 인식과 재인식의 과정
나의 작업에서 장소 Place란 단어는 ‘장소, 공간’이라는 명사와 ‘위치하다’는 동사의 의미 모두를 내포하고 있다. 상황에 의해 장소가 정해지거나 혹은 장소에 의해 상황이 규정지어지는 이 시대 인간 삶의 단면을 반영하려 한다. 매일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place에 위치locate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유한한 시간 속에 한정된 인생을 살아가는 정신적 유목민nomad으로서 더 나은 무엇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일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미국에서 한국, 그리고 지역과 세대의 변화 가운데 문화적, 정치적, 언어적 혼란은 ‘이방foreign’라는 단어를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로 느끼게 한다. 낯익다고 느끼지조차 못하는 익숙한 장소, 문화, 상황, 사람들을 떠나 낯선 장소에서 본연의 자아를 찾는 구도와 장소와 공간의 문제를 떠난 존재성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정신적인 갈망은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을 짊어지고 더 나은 본향a better country을 꿈꾸며 광야생활 중인 디아스포라 Diaspora와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하면서 이 세상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물리적인 공간은 이주의 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규정하는 내면적이고도 정신적인 상황이 된다.
작업은 실제의 장소나 존재하는 공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공간을 창조하거나 변형한다. 공간을 촬영한 사진들을 매개로 만들어진 미니어처miniature의 공간을 카메라로 담는다. 미니어처의 근간이 되는 이미지들은 거주한 장소들을 시작으로 여행을 다니거나 전시를 하며 스쳐 지나갔던 장소, 역시 이주의 경험을 하고 있는 지인들을 공간, 최근 이주의 잔재로 남은 재개발 공간으로까지 이어진다. 공간 안에서 공간 소유주가 남긴 구체적인 흔적은 지워지고 공간이 가진 가장 본연의 구조적인 형태를 드러내는 가운데 장소는 집 Home이 아닌 일기적인 곳 Tent, Space에 가까워지며 인간 삶을 담는 뼈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